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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수영 느리게 느리게

CocCoc 2017. 12. 21. 12:00


수영시작 2달 후, 중급반에서 강습 받게 되었다.


새로운 선생님은 반에 소속된 수강생들의 실력을 가늠하고자 가벼운 테스트를 실시한다. 별로 긴장할 것 없이 평소대로 자유형 영업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25미터 레인 끝에 도착하면, 육상에서 100미터 전력 질주한 것 마냥 거친 호흡을 들이쉬고 내 뱉기를 반복한다. 아직 체력이 부족하다 느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선선생님께서 각 수강생들에게 코멘트를 해준다. 나에게는 딱 한마디를 해주신다.


"너무 급하다"


수영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그런지 평소에 습관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걸음걸이도 대체나 다른사람에 비해 빠른편이고, 지하철을 놓치지 않거나 안쪽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뛰는 것이 일상이다. 회사의 업무도 1시간 이내에 파악하여 피드백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모든 생활의 패턴이 정시에 혹은 단시간에, 보다 빠르게에 맞추다 보니 이왕하는 수영도 조금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듯 하다. 선생님은 모두에게 한마디 더 해주신다.


"빨리 1번 가는 것 보다 천천히 4번 가는 것이 더 좋아요"


생각해 보니 천천히 또는 느리게 수영하는 것을 시도해 본 적이 없다. 빠른게 좋은 것!!! 또 왠지 느리게 수영 하면 자세가 무너져 가라 앉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도가 중요한 법, 마음속으로 천천히 하자, 느리게 가자를 되새겼다. 발차기 속도를 늦추니 타이밍이 엇나간다. 목을 조금 더 들어올려 힘겹게 숨을 쉰다. 팔을 마치 경례 라도 하듯 사선의 춤사위가 된다. 


먼가 기본적인 자세 교정이 되어야 천천히 4번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자유형 동영상 강의 중 '4박자 드릴'을 주말을 포함하여 8일 동안 꾸준히 연습했다. 



주중 자유수영 레인의 경우 앞 사람이 속도가 느리면 역주행 추월이 일어난다. 너무 느리게 하면 교통 체증의 원인이 되어 앞 뒷 사람 민폐를 줄 수 있다. 하여 주말에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주말 오전에 수영장은 사람이 없어, 앞 뒤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말 그대로 유영(游泳)을 할 수 있다. 내가 움직이면 잔잔한 수면에 오롯이 나로 인하여 기포와 물결이 생겨난다. 온몸의 촉감으로 물속의 저항과 나아감이 느껴진다.


선생님으로부터 지적 받은 이후 18일 후 4번 갈 수 있게 되었다. 제 3의 눈이 없어 정확한 판단이 어렵지만 팔을 물 속에서 젓기 시작할 때 배 앞쪽을 지나 엄지손가락이 허벅지를 스쳐 지나간다. 이때 머리는 고정이고 몸통과 다리가 수평이 아닌 기울어져 있다. 팔은 허벅지를 지나 수면위로 올라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머리 앞쪽을 지난다. 그럼 다른 팔이 위의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느려도 좋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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