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박태환수영장 방문기
보통 주변의 수영장은 일요일에 열지 않거나, 주로 격주로 운영한다. 가능하면 언제나 하루의 첫 활동이 수영이었으면 하기에, 인터넷을 뒤진다. 하나가 걸린다. 바로 '문학박태환수영장' 하지만 가기가 망설여 진다. 아시안게임이 열린 경기장이고, 박태환의 아우라 때문에 왠지 선수들만 입장할 것 같다. 또 하나 걱정이 되는점은 수심이다.(왠지 깊을 것 같다) 아직 수영 초심자라 물에 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다행히 인천광역시체육회 홈페이지에 신장 140cm이상이면 별 문제가 없다는 정보를 믿고 가보기로 결심한다.
문학경기장역 2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수영장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입구에서 2,000원을 결제하고 수영장 옆에 주차하면 된다. 수영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지나 경기장 입구의 문을 연다. 바로 정면에 자동발권기가 있다. 앞으로 걸어 가 '일일자유수영'을 발권 받는다. 결제 금액은 6,000원(비싸네) 수영장 안까지 들어가는 절차는 일반 수영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여 받은 번호에 해당하는 신장에 신발을 넣고 열쇠를 뽑는다. 탈의실, 샤워실을 지나 수영장에 이르른다.
가장 먼저 보이는건 '위험' 표시판이다. 수심이 2미터라 위험을 알리고 있다. 그럼 나는 어떻게... 전체 길이 50미터의 앞선 라인들은 중간을 부표를 띄워나 25미터로 제한해 두었다. 빼꼼히 수면을 내려다 보니 아래 그림처럼 위험지대는 한 계단 아래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초, 중급 단계의 사람들을 위해 중간을 뚝 잘랐다. 50미터와 수심 2미터는 무리일테니...
집에서 출발하기 전 불안이 안심으로 바뀌자, 그제야 수영장 주변을 살핀다. 10개의 라인 사이를 마주보며 안전요원 2명이 수영장을 주시하고 있다. 돔형태의 수영장이라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차양막으로 천장 전체를 덮었다. 수영장은 몇 개의 조명이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인천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가득하다. 박태환과 관련된 사진이나 조형은 없는듯 하다. 수영장 위에 큰 풀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은 스킨스쿠버 장비를 오고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지금 시간은 오전 9시 30분(9시부터 시작)이다. 일요일에 9시면 아침 이른 시간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각 라인에 수영하는 사람이 한 두명에 불가하다. 살펴보니 초심자를 위한 라인을 감사하게도 10개 중 5개나 부여했다.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하다. 바닥은 마치 어릴적 복도마냥 흰색의 일직선이 쭈욱 뻗었다. 발의 촉감으로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가늠할 수 없다. 아침의 물 안의 색은 파란색 보다는 연두색에 더 가까워 보인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불완전한 자유형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틈틈이 잎안으로 들어오는 수영장물을 통해 염소가 다니던 수영장보다 덜하다는 걸 느낀다.
100미터를 쉬지 않고 나아가고 수심에 대한 공포가 없어진다면, 다시 와 멋진 경기장에서 수영하고 싶다. 지금 오늘은 마치 박태환 처럼을 꿈꾸나, 박태환이 왔었던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는 것에 자족한다.